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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조금 느려도, 꾸준히
속마음

햇님에게

by chan 2021. 10. 2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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햇님에게

 

내가 널 가린다 생각지 말아 서운해 하지 말아
커튼을 치고, 네 앞에서 등을 돌린 걸, 아직 난
매서운 열병을 앓고 있는 네 사랑을
조금은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할 뿐야

매일 새벽이나, 저녁 쯤
앞산이나 뒷산 구석에 숨어 우는 널 보아.
석류처럼 붉게 상기된 네 얼굴이 되려 아름다워
우는걸 알면서도 멍하니 널 훔쳐본 적 있어

차갑게 식어 나리는 네 눈물을 온몸으로 맞으며
생각했어 나는 참 못됐다.
마침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, 걷잡을 수 없이 커진
서늘한 너의 슬픔을 사랑하게 되었어

얼음장같이 차가운 내 이기심에
세상이 온통 하얗게 질려버릴때
비로소 한걸음 멀어지는 법을 깨달은 네가
비로소 너의 사랑에 눈뜬 나의 주위를
여전히 서성이겠지 떠나가지 못하고

추위에 떠는 내 앞에
말없이 펼쳐낼 분홍빛 선물을 가슴에 품은 채.

2018.9.10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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